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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 소리에 스며든 삶 발자국 소리에는 삶이 스며들어 있다.흙길 위를 걸을 때 들려오는 소리는 자연을 밟는 소리다.나무 데크를 걸을 때는 정제된 울림이 귀를 맴돈다.혼자 걷는 길 위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는,그 소리와 발밑의 느낌에 따라 생각도 달라진다.어느 날은 고요한 마음이,어느 날은 무겁게 쌓인 기억이 그 소리에 실려 온다.호흡에 집중하듯이,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소리에 집중해보자.내 안의 리듬과 바깥의 풍경이 하나가 된다.그 소리를 즐기기 시작하면,걷는 시간마저도 온전히 내 것이 된다. 2025. 7. 10.
폭염을 즐겨불자..^^ 가만히 있어도 등에 땀이 흐르는 요즘이다. 정자에 앉아 있는 것조차 운동처럼 느껴진다. 숨만 쉬어도 온몸이 눅눅해지고, 땀이 맺힌다.이런 날, 해외직구로 들여온 신발장을 조립했다. 머리를 쓰고, 몸을 움직이고, 드릴을 돌리다 보면, 어느새 이마에서 뺨으로, 등에선 허리로 땀이 흘러내린다. 정신이 멍해질 정도로 더운데도, 마지막 나사를 조이고 완성된 신발장을 바라보며 슬며시 웃음이 번졌다. “오늘도 한 건했다.” 작은 성취지만 마음은 넉넉해진다.그런데 일하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 하나. 이렇게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날엔, 그렇게 많고 성가시던 산모기가 자취를 감췄다.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하나쯤은 좋은 일이 숨어 있는 것이다. 그게 삶의 재미 아니겠는가.모든 것에는 양면이 있다. 더위도, 일도, 삶도. 흘린.. 2025. 7. 9.
반지를 갖고 놀다. 홀로 즐기기 위해서는 놀 수 있는 장난감이 많아야 한다.외롭다는 건 결국 심심하다는 것.심심함은 삶의 여백이지만, 그 여백을 채우는 게 바로 나만의 장난감이다.활, 노래방, 오디오, 책, 산책, 사람들과의 만남…내 삶에는 이미 다양한 놀이기구와 놀거리가 있다.그리고 이번에는 하나를 더 추가했다.바로 ‘반지’다.지리산 바이크 여행 중 우연히 들린‘춤추는 인도 코끼리’가게에서 눈에띄는 은반지가 눈에 들어왔다.오랫동안 손가락에 끼고 다니다 보니, 반지는 단순한 장신구가 아닌 대화의 소재가 되기도했다. 누군가는 호기심에 빌려 끼워보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이야깃거리가 되어 웃음꽃이 피었다.혼자 있는 시간에는 반지를 빙글빙글 돌려본다.가끔은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다시 왼손으로 옮겨 끼우며 분위기를 바꾸기도 한.. 2025. 7. 7.
여름 한가운데 들어서다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기온은 어느새 34도. 여름의 한가운데에 들어선 기분이다.사계절 중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 불리지만, 실제로 살아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 선선한 바람 부는 그 계절에 방 안에만 앉아 책을 읽기엔 어쩐지 아깝다. 오히려 가을은 여름 내내 읽었던 책과 사색을 바탕으로 여행을 떠나는 계절이다.지금 이 여름, 밖은 너무 덥고, 안에서도 마냥 한가롭지 않다. 나가기도, 놀기도, 어중간한 시간 속에서 가장 좋은 놀이는 책 읽는 놀이다.부채를 살랑이며 선풍기 바람을 맞고, 책장을 넘기며 새로움을 찾아가는 시간. 책장 앞에 마주 서서 ‘오늘은 어떤 주제로 놀아볼까’ 하는 즐거운 고민이 시작된다.문득 눈에 들어온 책, 조용헌의 『내공』.“인생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채우는 것이다.”책.. 2025. 6. 28.
바빠서 좋은가.. 바쁜 하루였다.손님을 정성껏 모시고나니,지인의 초대로 남악에서 하루를 버낸다창문을 열고 달리는 차 안으로 불어오는 바람 속에바이크로 달리던 영산강변의 기억이 되살아났다.그 길, 그 풍경, 그때의 나.그리운 나. 늘 자주 찾는 식영정에 들러,옛 님과 나눈 대화처럼 조용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정자는 늘 그렇듯,역사와 풍류를 담고 있는 고요한 쉼터다.거기 앉아 있으면시간이 잠시 멈춘 것 같다.저녁은 초밥.정갈하고 맛있는 한 끼를 마주하며 하루를 정리하고,차 한 잔으로 다담을 나누며 마음도 함께 나눈다. 밤에는 OLO 바에서 칵테일 두잔.올드패션드의 깊고 묵직한 향,카르페디엠의 낭만적인 여운.그 모든 것이 이 밤의 분위기를 채웠다.여행이란 결국,시간이 있고, 돈이 있고, 건강이 있고,무엇보다 취미가 있다는.. 2025. 6. 28.
좋은 만남 어제에 이어, 오늘도 귀한 손님이 내 작은 공간을 찾아주셨다.오늘의 손님은 무명선사님 —즐거운 다담과 따뜻한 미소로 오늘을 의미있는 날로 만들어 주셨다. 영적인 대화 속에서 나의 사고의 영역이 한 뼘 넓어졌고,내 안의 소중한 나 자신을 다시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다.삶이란, 때론 이렇게 조용한 울림으로 나를 흔들며 깨어나게 한다.다담 자리엔 웃음이 머물렀고,차를 따르는 손끝에서 다구 이야기가 피어났다.여인의 섬세한 배려가 담긴 소품에서 찻자리의 정성과 문화가 살아났다. 선물로 주신 차 보관 보자기와 건강을 위한 작품이 고맙다. 작은 나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조금 더 넓고 깊게 나를 가꾸어 가련다. 2025. 6.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