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한번 깜박이니 노년이 되어있다. 다행이다 아직은 노년이어서.버나드 쇼의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끝날 줄 알았다’는 묘비명을 읽으면서 살아있는 노년에 미소를 지어본다. 이 즐거운 노년을 어떻게 즐겨 볼꺼나? 법적인 노인이 되어서 열심히 즐기다보니 또 한해가 지나간다.즐거움이 이제 지나가나 싶은데 다가오는 새해에도 또 다른 즐거움이 있을것 같아 설레인다. 날마다 평범한 날들로 시작되지만 지내고 보면 새로움과 다양한 일들로 배움과 즐거움이 이어진다. 물론 가끔 따라오는 어려움도 있다.그런 어려움마저 심심한 날에 즐거운 고민에 살아있는 날이다.
누군가 자연 속에서 살면서 본인을 자연재벌이라 했는데 노인은 시간 재벌이다. 눈 뜨면 텅 비어있는 일정에 미소 지으며 주어진 시간을 음미하며 즐기면 된다.시간에 쫓낌이 없으니 모든 일에 여유롭게 천천히 꾸준하게 해나간다. 시골에서 집안 일을 하면서 몸으로 느끼는 사자성어는 ‘우공이산’이다.우공이 산을 옮기듯이 천천히 꾸준하게 꿈을 꾸며 일하면 된다.눈뜨면 명상과 스트래칭으로 시작해서 출근할 일이 없으니 느긋하게 차 한잔과 소금빵으로 하루를 설레이는 마음으로 준비한다.밖으로 나갈 일이 없으면 널려있는 집안 일을 하고 밖을 나가면 만나는 사람이 즐겁다.자동차에 연료와 밥값만 있으면 된다. 도중에 커피 한잔 할 수 있으면 좋고 숙박비가 있으면 먼 장거리를 갈 수 있으니 더 좋다.그동안 세금을 잘 냈다고 나라에서 주는 혜택으로 거의 모든 입장료가 무료이기에 미소 지으며 즐기기만 하면 된다.
과거는 미래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다.설레임과 꿈이 가득하지만 고뇌에 가득찬 청년 시절이나 책임과 의무가 무거운 장년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1도 없다. 노년의 이 자유로움을 원없이 즐기면 될뿐이다. 퇴직하고서 만든 버킷리스트도 오토바이 라이딩을 마지막으로 모두 완성했다.다시 새로운 버킷리스트를 만들어야 겠다.즐거운 노년은 쉽게 오지 않는다.퇴직하고서 10년을 시골에서 살면서 새로운 환경에서 매너리즘으로 공황장애도 겪으면서 나름대로 시행착오 속에서 많은 배움과 깨우침이 있었다.노년은 은퇴로 외로움으로 시작된다.처음에는 외롭다는 핑계로 혼술도 어렵게 보냈다.몸으로 배운 외로움은 인간이 태어날때부터 갖고 있는 외로움이라는것.오히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있을때 더 외롭지 않은가 싶다.외로운게 아니라 심심한거다.쓸때없는 외로움 타령으로 지내기에는 시간이 아깝다.외롭다는 느낌이 들면 바로 일어나 길을 나서면 된다.
자연 속으로 들어가다보면 길가에 피어있는 풀꽃의 아름다움과 나무에 기대여 자신을 느껴보자.노년의 생활도 열심히 공부하고 어려움 속에서 깨우쳐 나가야된다.노년이 되면 자연스럽게 인간관계도 정리되어 갈등도 줄어든다.경제적으로 쓰임세도 줄어들어 적은 돈으로도 생활이 가능해진다. 새로운 배움보다 배운 것을 반복하고 익히기에도 바쁘다.tv 시청도 예전과 달리 선택의 폭이 좁아져서 여유롭다. 많았던 모임도 정리되어 생활이 단순해졌다. 자식을 기를때 느끼지 못한 여유로운 감정을 손자의 재롱으로 즐겁기만 하다.
노년을 인간답게 살기위해서 시골로 들어와 산지 10년째이다.도시에서 살았더라면 예전에 생활했던데로 익숙한 생활을 이어 갔을것 같다.10년 동안의 시골생활은 텃밭을 일구고 수확하면서 자연을 배우기 시작하였다. 닭을 방목해서 기른 7년 동안은 닭모이를 찾아오는 쥐, 산짐승,하늘에서 맴도는 매에게서 닭을 지키기 위한 싸움은 매와 산짐승에게 먹혀서 정리되었다.마당에 설치한 물길은 찾아온 개구리의 노래로 분위기를 즐기다보니 많아진 개구리의 노래로 소음 공해가 되더니 찾아온 뱀의 먹이가 되어서 결국은 물길은 매워지고 마당이 되었다. 알게 모르게 먹이 사슬로 이어져있는 자연이다.어려움 속에이겨나가기 위해서 인간의 만물의 영장이고 동물의 왕이라 외치며 지금까지 이겨왔다.처음에는 슬리퍼를 신고 편하게 다니는 마당이었지만 혹시나 하는 걱정에 안전한 등산화를 신기도 한다.일하면서 머리를 자주 부딪히니 모자를 쓰는게 습관되어 있다. 자연에 적응하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생각도 변하고 모습도 변한다. 시골 생활에 적응하다보니 어느새 이렇게 노년이 되어있다.
하지만 시골의 노년은 배움으로 바쁜 생활이다. 평범한 하루이지만 하루를 지내고 나면 새로움이 이어진다. 노년은 소비하는 시기이다.근면하게 잘 소비하면 된다. 퇴직하고서 10년 동안 소비자로만 살아왔다.가끔은 돈을 버는 제안이 들어왔지만 안벌고 안쓰는 생활로 지금까지 살아왔다.한편으로는 내가 일하면 다른 사람의 일자리를 뺏는 것이기도 하다.삶에 만족하지는 못하지만 주어진 여건에 자족하면서 살면 된다.노년은 나를 위해서 사는 시기이다. 주어진 여건에서 먹고 싶은 것은 먹고, 보고 싶은 것은 보고,가고 싶은 곳은 가고,하고 싶은 것은 하는 즐거운 시기이다.그런 노년을 탓하는 사람이 있어도 당당하게 큰소리 치고 싶다. 노년은 그런때 이라고. 노년에 여행을 다니면 어르신 하면서 다가와 도움을 주는 님들이 고맙다.그런 도움에 고마움으로 미소지으며 즐기면 된다. 내 몸과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주위사람이 챙겨주는 마음들이 고맙다. 서울 여행중에 지하철을 잘못타서 반대 방향으로 가게 되었다. 노년은 그런 상황에 걱정보다 미소가 지어진다. 노년의 시간은 여유롭기에 반대 방향으로 여행을 다녀와도 되는 시기니까.
노년은 그동안의 많은 경험으로 새로운 것이 별로 없다. 그래서 새로움이 너무 좋은 시기이다. 젊은 날에는 슬픈 영화를 봐도 눈물이 안나온다. 노년은 작은 감동에도 눈물이 절로 나는 시기이다. 영화나 tv에서 조금이라도 슬프거나 감동적인 장면이 나오면 큰 수건을 목에 두르고 편하게 눈물을 쥐어짜며 즐긴다. 생활과 사고는 진화해야 한다.노년은 세월의 시간 개념이다. 모든 노년의 마음에는 청춘으로 가득차 있다. 그 청춘으로 남은 세월을 즐겁게만 보내면 된다.이제는 노년을 벗어나 한가로움을 즐기는 한량이고 싶다. 조금 더 나아가 모든 것을 즐기는 풍류인이 되고 싶다. 풍류인이 되기 위해서 악기 한두가지를 익혀서 음악을 즐기고, 독서와 글쓰기로 자신을 가꾸어 나가며, 낯선 곳을 찾아나서는 여행으로 설레임으로 자연을 즐기면 된다. 이렇게 풍류를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한량이 어찌 즐겁지 아니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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