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여행길, 오래된 찻집에 들러 창가에 앉았다.
창밖으로는 해상공원이 보였고, 바닷가와 맞닿은 그 풍경 속에
녹슬어가는 군함과 전투기, 탱크가 전시되어 있었다.
빠르게 커피 한 잔을 마시고는
걸음 삼아 산책하듯 공원을 둘러보았다.
전쟁의 흔적들 앞에서 발걸음은 자연스레 느려졌고,
생각은 어느 시절에 태어났는가로 흘러갔다.
“어디에서 태어나는가보다, 언제 태어났는가가 더 중요할 수도 있지 않을까?”
살아가는 시대가 운명을 좌우할 때가 있다.
우리는 지금 어렵다고들 말하지만,
그래도 전쟁통에서 총알을 피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라는 사실에
감사할 수는 있지 않을까.
그 생각만으로도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
돌아오는 길, 군산의 명물 ‘이성당’에 들렀다.
나도 긴 줄 끝에 서서 야채빵과 팥빵을 기다렸다.
전쟁과 빵이 겹쳐보이는 순간
다들 각자의 이유로, 작은 기쁨을 위해 잠시 멈춰 선 모습.
삶은 그런 게 아닐까.
전쟁이든 빵집이든,
기다리는 시간 속에서 문득문득 삶의 결을 느끼게 되는 것.
그렇게 오늘도 한 조각의 삶이 내게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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