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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기고글

수다친구

by 들꽃영주 2025. 3. 29.

10년 전에 시골로 들어올때 그동안 함께했던 모든 모임을 탈퇴하고 지인들께 미리 쓰여진 자신의 부고장을 보내고 자연으로 들어섰다는 선인의 마음으로 시골로 들어왔다.

오랫동안 함께 했던 지인들과의 만남을 끊기에는 어려움과 아쉬움이 많았다. 그 중에 제일 서운하고 아쉬운 만남이 우정을 이야기하는 친구였다.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자기가 죽을때 관 네귀퉁이를 들어주는 친구가 있으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하셨다.그 시절에는 많은 친구들과 우정을 이야기하며 몰려다니는 때라 많은 친구들과 함께해서 행복에 겨워 했다.시간이 지나면서 대학입시를 지나고,군대를 가고,직장 생활과 결혼을 지나면서 멀어지기도 하고 새로운 만남으로 많은 만남과 헤어짐이 이어졌다.진실한 우정이란 ‘받은 사람은 받은 것을 잊어버리고 주는 사람은 주는 것을 잊어버린다’는 이야기 처럼 내 마음이 넓지 못했다.

그래서 인생의 여러 만남에서 우정이라고 말할 수 있는 만남은 아쉬움으로 남기고 시골로 들어왔다.물론 이런 저런 일들로 가끔은 친구들과의 만남은 이어갔다.그래도 모든 것을 이야기 할 수 있고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이상적인 우정을 꿈꾸기도 했다.지금은 한 명의 친구라도 그런 친구가 있으면 성공한 삶이라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모든 사람이 사랑과 우정의 꿈을 찾아 나서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이어지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예전에는 사랑을 이루어가는 영화를 보고서 영화 속의 사랑을 꿈꾸어 왔다.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사랑하는 연인이 포옹하는 영화의 끝 장면은 너무 멋있었다.지금은 영화 속에서 사랑을 이룬 연인의 다음 장면이 궁금하다. 생활하면서 이루어지는 많은 소소한 일들에서 갈등이 보인다. 우정도 그렇다. 살아오면서 그 많은 갈등 속에서 우정을 이야기하고 지키기 위해서 노력해왔다. 아내에게 친구들과 동성 연애 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으니까. 친구에 관해서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노력했다.그 노력이 부족했기에 아쉬움으로 남기고 불특정 다수와의 만남으로 대신했다.

낯선 새로운 만남은 서로 예절을 지키면서 주고받는 또 다른 즐거운 만남이 되었다.시골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과 함께하는 즐거움도 많지만 사람이기에 만남에 대한 바램이 더 있다.책과 사색에서 배우고 깨우치는 공부가 있지만 사람을 만나서 대화로 배우는 공부는 임팩트가 강하기에 더 오래가고 배움이 깊다.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만나는 것이기에 소중하고 반갑다.그중에 소중한 만남은 우정이 아닌가 싶다.우정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다.일시적인 친구,필요할 때만 만나는 친구,오래된 친구,가까이 사는 친구,얼굴만 아는 친구 등. 늘 뭔가를 원하는 친구가 있고, 실망스러운 친구도 있으며,순수한 기쁨을 주는 친구도 있다.

 

요즘에는 가끔 생각나는 친구가 있어서 일부러 시간을 내어 찾아간다.대화를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낸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사소한 일들을 이야기 하며 가끔은 지인을 흉 보는 이야기도 편하게 한다.말 그대로 수다를 떨고 온다.그런 수다가 좋아서 요즘에는 더 자주 찾는다. 더 나아가 찾지 않아도 그 친구와의 수다 느낌이 있어서 생각만 해도 미소 지어진다. 옛 선인이 말하던 쓸대 없어도 반가운 친구이다.아낌없이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를 봐주면서 작은 일에도 격려해주는 수다친구이다.여자의 수명이 남자의 수명보다 길다는데 어디서나 자연스럽게 수다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하나의 원인일 것 같다.무겁지 않는 수다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몸이 가벼워진 것 같은 미소가 지어진다.

많은 사람 중에 한 사람이라도 나를 이해해주면 그것으로 행복하다는 글이 생각난다.관포지교(管鮑之交) 처럼 무한하게 주기만 하는 우정은 버겁다 .수어지교(水魚之交 )와 같이 친밀한 사이도 좋지만 가끔은 떨어져 있어도 편한 사이가 좋기도 하다.금란지교(金蘭之交 )의 난초의 향이 나는 벗이 좋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은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은 친구가..' 유안진님의 싯구의 친구처럼 여유로운 마음으로 편하게 대화를 즐길 수 있는 수다 친구 있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