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택한 집은 산 위의 바위가 많은 곳이었다. 자연의 거친 환경 속에서 인간이 정착하기란 쉽지 않았다. 특히 이곳은 지네가 서식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바위 틈 사이사이에 둥지를 틀고, 습하고 따뜻한 환경에서 개체 수를 늘려가던 지네들은 나의 존재를 반기지 않았다. 정착한 후, 밤이면 집안을 돌아다니며 나를 위협했고, 발끝이나 손등을 물려 극심한 통증을 경험하는 일이 잦아졌다. 지네의 기세에 눌려 집 곳곳에 부적을 붙이며 두려움을 달래야 할 정도였다.
처음에는 바닥에서 잠을 잤지만, 지네에 물려 결국 높은 침대로 옮겼다. 그러나 침대 위에서도 지네의 습격은 멈추지 않았고, 침대 모서리마다 양면테이프를 붙이며 필사적으로 방어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네를 완전히 박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신, 방 안에서 지네를 발견하면 미리 잡아낼 수 있어 오히려 반가운 마음까지 들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나는 방마다 집게를 준비해 지네를 발견하면 바로 잡을 수 있도록 대비했다.
시골에서 오래 살아온 선배에게 물어보니, 10년 정도 지나면 지네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지네와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밤이 되면 여전히 침실을 위협했다.
그때 떠오른 해결책이 바로 닭이었다. 닭은 지네의 천적이라고 들었고, 나는 마당 한쪽에 작은 닭장을 만들고 백봉 오골계 병아리 몇 마리를 데려왔다. 닭들을 마당에 방목하기로 했다. 닭이 자연스럽게 마당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활동할 수 있도록 하자, 더욱 활발하게 움직이며 땅을 파헤치며 지네를 찾아내기 시작했다. 어느 날, 오골계 한 마리가 빠르게 움직이는 지네를 발견하더니 순식간에 쪼아 삼켜버렸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닭은 단순한 가축이 아니라, 이 척박한 환경에서 나와 함께 살아남을 든든한 동맹이었다.
그러나 자연은 쉽게 굴복하지 않았다. 지네는 더욱 교묘한 방법으로 살아남으려 했고, 밤이면 더욱 깊숙이 숨어들어 다시 나를 공격했다. 지네에게 물리면 일주일 동안 통증과 가려움이 지속되었으며, 심한 경우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아야 했다. 나는 더 이상 닭장만으로 해결할 수 없음을 깨닫고, 더욱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했다.
마당의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했다. 흙을 깊게 갈아주고, 작은 돌과 나뭇가지를 치워 지네가 은신할 공간을 없앴다. 무엇보다도 닭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활동하도록 단백질이 풍부한 먹이를 공급하며 사냥 본능을 강화했다. 자유롭게 풀어놓은 오골계들은 더욱 기민하게 움직이며 지네를 찾아냈고, 그 숫자는 점점 줄어들었다.
하지만 나뿐만 아니라, 손님으로 찾아오는 사람들도 가끔 지네에 물려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이 당황한 얼굴로 도움을 요청하면, 나는 익숙한 절차대로 응급처치를 해주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지네와의 싸움을 하나의 일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처음에는 지네를 잡기 위해 닭을 길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마당을 누비는 하얀 백봉 오골계들과 깊은 교감을 나누게 되었다. 녀석들은 단순한 해충 사냥꾼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가 되었다. 나는 매일 닭들에게 먹이를 주며 시간을 보내고, 그들이 부리로 땅을 파헤치는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게다가 닭들은 지네로부터 나를 지켜줄 뿐만 아니라, 매일 신선한 계란을 낳아주며 영양까지 보충해주는 고마운 존재가 되었다. 닭들이 주는 작은 선물은 지네와의 싸움 속에서도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겨울이 되자 지네도 동면에 들어가면서 평온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봄이 시작되면 다시 지네의 도전에 응전해야 한다. 다시 밤마다 지네와의 싸움을 준비하며 긴장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한 번의 흥미로운 나날을 기대하게 된다. 마치 계절이 바뀌듯 나의 삶도 자연과 함께 순환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오늘도 오골계들은 부지런히 마당을 누비며 나를 대신해 작은 적들과 싸워주고 있다. 나는 이 평화를 지켜나가기 위해 닭들에게 먹이를 주고, 깨끗한 물을 채워준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도우며 자연 속에서 공존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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