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문 기고글

끝없는 여행

by 들꽃영주 2025. 3. 31.



퇴직 후 홀로서기 10년 동안 무우청 말리기 등 소소한 일에서 페러글라이딩으로 이어지는 버킷리스트가 3년 동안의 오토바이 라이딩 여행으로 마무리 됐다. 필자의 변화는 여행으로 시작됐다. 나이 숫자에 ‘0’ 이라는 숫자가 들어가면 많이 힘들었다. 그 시간의 의미를 찾아 크고 작은 방황을 했다.


40세에 방황했다. 일상의 매너리즘에 빠져서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웠다. 탈출구를 찾아서 유럽 여행을 떠났다. 해외여행이 허락된지 얼마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처음 타보는 비행기가 하늘을 날았다. 영화에서나 보았던 백야를 보면서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영국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리무진버스를 타고 수 백년의 역사와 문화를 보면서 왜 살아가야 하는가를 온몸으로 느끼고 배웠다. 거품목욕을 알고, 한 시간 넘게 식사하면서 즐기는 모습도 보았다. 서로 자연스럽게 포옹하는 남녀의 모습도 그 시절에는 새롭기도 했다. 초·중·고·대학 입시지옥에서 살아온 학창시절, 경쟁적인 사회생활. 열심히 살았을 뿐이다. 생존하기 위해서 경쟁하면서 성장한 필자의 모습을 보았다. 왜 사는가에 대한 의문은 스쳐가는 잡념이었다. 즐거움이 없었다. 술을 마시며 순간의 방황을 즐길 뿐이었다.


여행을 다녀온 후 변했다. 아들, 딸을 포옹하기 시작했다. 식탁에 수저 받침대를 놓는 여유를 갖게 됐다. 문화의 중요함을 알고 작은 변화들을 찾아 나섰다. 자연 속에 살고자 하는 꿈을 꾸며 가구 만들기도 배워가며 하나씩 준비하기 시작한 것도 그 때다. 시골에서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도 그 여행 덕분이다. 그 후 10여년 동안 오토캠핑 여행으로 산속에서 무엇을 즐겼는지 돌아 다녔다. 직장 생활 중 주말만 되면 떠나고 즐겼던 그 많은 산속의 밤은 필자의 꿈을 단단하게 해줬다. 가장 즐거운 여행으로는 3년 동안의 오토바이 여행이다. 늦은 나이에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위험을 안고서 틈만 나면 떠났다. 200㎏ 무게를 이겨나가는 체력을 갖추기 위해서 운동도 열심히 했다. 순간의 위험을 느끼지만 두둥거리는 엔진소리와 바람을 가르는 느낌을 즐기며 원없이 다녔다. 마당에 세워진 오토바이를 바라보기만 해도 즐거웠다. 오토바이 여행의 로망인 제주도 일주를 두 번이나 다녀왔다. 오토바이 여행 후 비오는 날에 흥분돼 방황하는 오랜 지병도 치료됐다. 차분하게 내리는 비를 즐길 줄 알았다. 느낌대로 생각만 나면 떠났다. 목적지 없는 여행을 다니다가 누정여행에 꽂혔다. 정자에 올라 옛 선인과 대화도 나누고 깊은 사색으로 조금 더 나은 나를 만났다. 옛 선비들의 여유로운 삶을 공부하고 추구하게 됐다. 유럽여행에서 새로운 세상을 보고, 오토캠핑으로 홀로서기 내공을 기르고, 오토바이 여행으로 즐거움을 가득 채웠다.


생각나는대로 움직이는 것 못지 않게 계획을 세워 이뤄가는 즐거움도 좋다. 지금은 다가오는 70이라는 숫자에 서서히 힘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로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따라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 70을 준비한다. 70대는 모든 굴레를 벗어난 자유로움을 즐기는 시대이다. 새로운 버킷리스트를 준비한다. 여행은 다닐수록 갈증이 일어난다. 새로운 버킷리스트에 첫번째가 또 여행이다. 여행은 끝이 없다. 그동안의 여행을 점검하고 또 다른 여행을 꿈꾸며 계획을 세운다. 여행은 설레임에 대한 공부다. 낯선 곳을 찾아서 다가오는 다양한 썸씽에서 느끼며 배워가는 공부다. 여행의 방법은 다양하다. 여행의 단계가 있다. 인증샷 찍는 것으로 바쁜 여행, 많은 곳을 다니려고 돌아다니기에 바쁜 여행, 마지막으로 여유롭고 한가한 여행이다. 아름다운 곳에서 수영도 하고 그늘 아래서 책을 읽으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거, 그게 진짜 여행인 거다.


여행은 함께 하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배움이 있다. 그중의 으뜸은 혼자 떠나는 여행이다. 모든 일을 혼자서 결정하면서 즐기는 여행이다. 다른 여행에 비해서 본인에게 집중하게 되고 더 많은 썸씽들과 마주한다. 떠남과 돌아옴을 오로지 자신이 결정할 수 있어 간결한 여행이다. 홀로 가는 여행은 피부에 부딪히는 바람의 감촉과 햇빛, 풍경을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여행 내내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또 다른 나를 만들어 갈 수 있다. 그래서 계속해서 떠나고 싶게 만든다. 그 즐거움을 아는 사람은 끝없는 여행길에 나선다. 세월이 지나 걷기 힘든 시절이 오면 지팡이를 짚고서라도 집을 나서겠다. 짧은 여행이라도 꿈꾸며 가슴 쿵쿵거리는 설렘과 마주하고 싶다.

'신문 기고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너리즘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2) 2025.04.12
만남.. 그 소중함에 대하여  (0) 2025.04.12
나의 버킷리스트, 오토바이 여행  (4) 2025.03.30
수다친구  (4) 2025.03.29
봄 여행,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  (4) 2025.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