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별 탈 없이 버티던 우리 집 지붕 기와가 떨어져 나갔다.
수리를 위해 지붕 위로 올라가보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칡넝쿨.
부드럽고 가느다란 그 넝쿨이 기와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결국 단단한 기와를 밀어내버린 것이다.
처음엔 ‘설마’ 했다.
어찌 그리 부드러운 것이 이렇게 단단한 것을 밀어낼 수 있을까?
하지만 자연은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변화를 일으킨다.
지붕을 고치며 문득 내 삶을 돌아봤다.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스며들어 내 건강을 해치는 습관은 없는지?
가벼운 마음으로 던진 말 한마디가,
언젠가 나를 향해 돌아오는 부메랑이 되지는 않는지?
보이지 않는 작은 힘이 쌓여
결국 큰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모든 일에 한 번 더 생각하자.”
오늘 지붕 위에서 칡넝쿨이 내게 가르쳐준 말이다.
조금 더 신중하게, 조금 더 따뜻하게.
삶도, 말도, 습관도 부드럽지만 강하게 이어가야겠다.
이렇게 자연에서 배우는 몸으로 배우는 공부는 피부에 스며들어 오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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